UPS 우수공동상표,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글로벌기업들이 잠식한 국내 UPS(무정전 전원 공급장치)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모여 국산기술로 개발한 제품이 외면 받고 있다. 침체된 UPS시장을 극복하고 중소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수공동상표가 공공기관의 무관심과 제도적 미비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UPS업계에선 대표법인·연구소인 아이에프텍을 중심으로 대농산업전기와 대한전력전자, 성신전기공업, 영신엔지니어링, 한강기전 등 6개 기업이 모여 공동브랜드를 만들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의 경쟁력으로 통하는 특허와 기술을 공유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유피에스다(UPSDA; UPS Developmen Asociation)’로 이름 붙여진 이 공동 상표는 첨단 특허기술을 반영한 신제품을 개발해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조달 공동상표 물품’으로 지정받으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우수조달공동상표로 등록되면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중소기업의 판로지원에 유용한 제도로 통하지만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우수조달공동상표 제도 있으나마나…“공공기관·공기업 구매 꺼려”
UPSDA는 우수조달공동상표로 등록됐지만 막상 실적은 저조하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일선 담당자들이 제품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2년간 UPSDA의 조달시장 실적은 단 7건에 그쳤다. 등록된 첫 해(2013년)에는 1건, 이듬해에는 6건, 올해는 아직까지 판매실적이 없다.
UPSDA의 한 관계자는 “지금껏 만나본 대부분의 공공기관·공기업 구매 담당자들은 우수조달공동상표로 지정된 제품이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이 보장돼 있어도 혹시 모를 구설수에 휘말릴까봐 구매를 꺼려했다”면서 “사업자를 지정해 수의계약하기 때문에 구매담당자들은 감사 등을 받을 때 말이 나오는 것을 우려해 보통 경쟁 입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우수한 제품에 대한 공공기관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현장에선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선 구매 담당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더욱이 우수조달공동상표는 의무구매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ED 등 다른 품목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의 실적이 없다 보니 해외수출은 엄두도 못 낸다”면서 “소기업이 연구소까지 갖추고 기술개발에 나서기에는 비용이나 인력 면에서 어려움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수조달공동상표를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데 누가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계약범위도 해마다 축소돼…“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 필요”
제도적 미비도 우수조달공동상표에 대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구매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꼽힌다. 수의계약의 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우수조달공동상표 물품 수의계약 범위는 정부와 지자체의 경우 건당 2억1000만원 이내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건당 7억4000만원이다.
문제는 계약규모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우수조달공동상표의 계약범위는 2년마다 갱신되는데 4대 기축통화(SDR)인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정부·지자체와 공기업·준정부기관 금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2000만원과 5000만원씩 떨어졌다.
조달청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계속 침체일로에 있어 일종의 가상통화인 SDR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우수조달공동상표의 계약범위도 떨어지고 있는데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당 계약규모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보니 대규모 수주를 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일선 담당자들이 우수조달공동상표에 대한 구매를 꺼리는 가운데 계약범위도 계속 떨어지니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의무구∙계약범위 확대 등 정부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